첫 날, 캐나다로 날아가던 비행기 토론토 살던 날




  첫 날 캐나다로 향하는 비행기의 일정은 오후 6시 반 출발, 벤쿠버 경유, 토론토 도착.

  그 두려움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. 그 날 비행기는 무척이나 순조롭게 떠올랐지만, 나는 이 2개월이 내 앞날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. 그리고 그 두려움과는 별개로 소설 외전을 써야만 했다. 나는 넷북을 켜서 소설을 쓰다가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다가, 에어캐나다 내장된 영화를 보다가- 어느 것도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.

 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국 아저씨는 꽤 인자한 인상이었다. 그가 무슨 용건으로 캐나다에 가는지 물어봤을 때 나는 솔직히 귀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. 나는 대답했다. "한국에서 2년 일했고, 쉬고 싶어서 캐나다에 가요." "친척이나 친구가 사나요?" "아니요, 저 혼자예요." "대단히 멋있네요." 나는 그 말이 좋았다.


  그는 캐나다의 산업도시에서 호텔을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. 산업도시인 만큼 비지니스 미팅이 많이 열리는 지역이라 호텔업은 꽤 잘 되고 있다고 했다. 하지만 겨울만 되면 날씨가 마이너스 삼십 도에서 사십 도까지 떨어지는 살인적인 추위가 몰아치는 지역이라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. 아들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 생활을 2년 하다가 아예 이민을 왔다고 말했다. 일 년에 한 번씩 부모님을 만나뵙기 위해 한국에 온다고 했다. 아저씨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. 다 아저씨가 직접 겪은 것들이었다.

  "탄 지 한시간 반쯤 지나면 코리안 스타일 비프 기내식과 캐나다 스타일 치킨 기내식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요. 그리고 세 시간 쯤 지나면 캐나다 컵라면을 주는데 엄청 맛없어요. 그로부터 두 시간 지나면 아침이라고 오믈렛을 주고요. 얘네 기내식 스타일은 조금도 안 바뀌어요."
  "여기 브로슈어를 보면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있는데, 이거 시켜먹는 사람 잘 없어요. 전 딱 한 번 봤어요. 한번은 궁금해서 시켜보려고 하니 재료가 없어서 못 해주겠다고 하더라구요."
  "한국으로 돌아올 때 벤쿠버를 경유할 거라면, 에어캐나다에 전화해서 비행기표를 이틀만 늦추겠다고 하세요. 추가 요금 없어요. 그 이틀 동안 벤쿠버에 머물면서 관광해 보세요. 벤쿠버 한인 택시에 전화해서 하루종일 관광할 예정이라고 딜을 하면 십만원에서 이십만원 정도로 택시를 빌려서 하루종일 돌아볼 수 있어요. 벤쿠버 그렇게 넓지 않아서 그 정도면 중요한 건 다 볼 수 있어요."
  "이제 벤쿠버 한 시간 정도밖에 안 남았네요. 비행기에서 내려서 최대한 빨리 걸어가세요. 사람들 가는대로 따라가면 돼요. 그래서 입국심사 최대한 빨리 받으세요."

  아저씨의 말대로 나는 비행기에서 안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가방을 짊어지고 뛰다시피 걸었다. 내 주변에는 몇 명의 캐나다인들이 걷고 있었다. 그 사람들은 모두 내국인 입국심사장으로 가 버렸고- 정신을 차리니 외국인 입국심사장에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있었다. 제복을 입고 한가해 보이는 입국심사관이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. 하이, 나도 대답했다. 하이. 나는 내가 쥔 서류 모두를 내밀었다. 심사관이 말했다.

  "2달 캐나다에 머무른다고? 이건 너의 개인적인 방학이구나?"

  개인적인 방학이었다. 나는 두려워할 게 없었다. 열몇 시간의 비행 동안 입국거부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입국심사는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. 어디로 가라는지 잘 몰라서 밀입국자들이 서는 줄에 서 있었더니 벤쿠버 공항에서 일하는 한국인 아저씨가 호통을 치며 쫓아냈다. 짐을 찾으러 가자 비행기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아저씨가 먼저 와서 반겨 주었다.

  "아까 나가는 것 봤어요. 진짜 빨리 나가던데요?"

  모든 절차를 끝내고 나서 우리는 공항 내 캐나다 카페 '팀 홀튼'의 창가 자리에 앉았다. 5년 만에 다시 먹는 팀 홀튼의 커피였다. 5년 전에 생각했던 대로 너무 달고 맛없었다. 그래도 아저씨가 베이글과 커피를 사줘서 맛있게 먹었다. 내가 주문한 프레즐 베이글은 말 그대로 프레즐과 베이글을 합한 신상품이었다. 잘 구워진 표면에 굵은 소금이 뿌려져 있었고, 안쪽에는 두터운 크림치즈를 발라 놓았다. 한 입을 먹자 고소하고 살이 쪄 버릴 것 같은 맛이 느껴졌다. 공항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엄마에게 카톡과 사진을 보냈다. 엄마는 우리 딸 예쁘다고 말했다. 나는 창문 밖 캐나다 국내용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.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버스처럼 사용되는 작은 비행기였다. 아저씨는 자신의 베이글을 모두 다 먹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. 

  "토론토 가는 게이트에서 봐요. 나는 드라마 보고 있을 거예요. 이보영 나오는 신의 선물. 캐나다 사는 한국 사람들 한국드라마 엄청 봐요. 우리 아들도 며칠 전까지 별에서 온 그대에 푹 빠져 있었어요."

  나는 그에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었다. 

  "라이언이라고 불러요. 토론토에 있을 거예요.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해요."

  나는 토론토에 머무는 동안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. 그러기에는 내 경계심이 너무 컸다. 그러나 다시 만나면 그 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다시 한 번 말할 수 있을 것이다. 
  그가 가고 난 후 나는 한참이나 자리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. 캐나다 사람들, 캐나다 카페, 영어로 된 방송, 세련된 듯 촌스러운 디자인들. 내가 돈을 써서 돌아온 곳이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 사는 곳임을, 그 때부터 천천히 깨달아갔던 것 같다. 캐나다에서 보낸 첫 날이었다.

덧글

댓글 입력 영역